“Don’t ignore the ideas, just because they are poor ” ( “가난한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우습게 보지 말라” )

“가난한 사람들은 지원이나 조언의 대상이 아니고 아이디어의 원천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물질적으로는 가진게 없지만 생활을 변화시킬 아이디어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미래혁신포럼’에는 전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공공혁신 전문가, 연구자, 기업가, 교육자 등 각자의 분야에서 변화를 이끌고,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내로라하는 혁신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혁신’을 논했다.

<오마이뉴스>는 그중 인도의 전통의상을 입고 참가해 눈길을 끈, 국제농민지원플랫폼 ‘허니비네트워크’의 설립자 아닐 쿠마르 굽타(Anil Kumar Gupta) 아마다바드 인도경영연구소 교수를 만나봤다.

허니비네트워크(HoneyBee Network)는 굽타 교수에 의해 지난 1993년 설립됐는데, 가난한 농부들이 삶에서 체득한 아이디어들을 사업화하여 그들에게 경제적 혜택을 안겨주는 비영리 크라우드소싱 모델이다.

전문가들이 직접 농촌을 방문해서는 숨어 있는 아이디어들을 발굴해 특허로 등록하도록 지원하는가 하면,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려는 투자자들을 직접 유치하고 계약서 작성 등을 대행해주기도 한다.

특히 한 과부가 생활 속에서 사용하고 있던 살충제가 순식물성 환경친화적 물질이며 이로운 진딧물은 살리고 해로운 해충들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상품화해서 과거 농사로 벌던 수입의 20배 이상을 평생 특허 사용료로 벌게 됐다는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굽타 교수는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19만 개의 아이디어가 우리가 운영하는 웹사이트(techpedia.com)에 올라와 있고 인도 외에도 중국, 케냐, 에티오피아, 페루, 멕시코 등 전세계 70여 개국에 네트워크가 확산돼 있다”며 “한국인들도 허니비네트워크에 참여해서 유용한 혁신사례들을 전세계와 공유하자”고 제안했다.

굽타 교수는 허니비네트워크를 설립한 계기에 대해 “방글라데시의 농업에 대해 내가 자문을 제공하고 받은 대가가 나 자신의 탁월함 때문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얻어진 것인데도 그들에게는 아무런 소득도 주어지지 않는 것을 보고 죄책감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일화를 밝히기도 했다.

한국 방문이 이번에 처음이라는 굽타 교수는 “사회적 혁신에 쏟는 박원순 시장의 에너지에 큰 영감을 받았다”며 “그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많은 고민을 안고 있는 청년들의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방문 중 둘러본 북촌사물인터넷(IoT) 현장에 대해 서울시의 혁신의지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앞으로는 사물(Things)뿐만 아니라 동식물이나 사람에게도 확대 적용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마포석유비축기지 자리에 새로 조성한 문화공간인 ‘비빌기지’에 대해서는 활동가뿐 아니라 서울의 아이들과 지역사회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게 하자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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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T, 사물뿐 아니라 동식물·사람에게도 확대해야”

-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인가.
“그렇다.”

- 이번 포럼에는 어떻게 참가하게 됐나.
“2011년도인가 우리가 국제적 풀뿌리운동 대회를 열었는데 그때 박 시장이 소장으로 있던 희망제작소 대표단이 참가해줬고. 이후 희망제작소가 서울에서 대회를 열 땐 저를 초청했지만 불가피하게 참석하지 못하고 동료만 보내 안타까웠다. 그간 박 시장과 인연을 계속 맺어오다 이번에 비로소 한국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 한국의 혁신 운동을 직접 본 느낌에 대해 얘기해달라.
“박 시장이 사회적 혁신에 대한 쏟는 에너지에 감명을 받았다. 그는 실업, 자살문제 등 많은 고민들을 안고 있는 청년문제에 천착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이와 관련한 다양한 이니셔티브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대표적인 프로젝트 현장을 방문해보니 사회적인 변혁의 중심에 시민들이 설 수 있도록 서울시가 많은 노력을 하고 있더라.”

- 서울의 어디 어디를 둘러봤나.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부근의 ‘비빌기지’와 북촌 IoT(사물인터넷) 프로젝트 현장을 가봤다. 북촌 IoT 프로젝트 현장에서는 쓰레기통에 센서를 부착한다든가 주차장에 IoT를 활용하고 유동인구를 세는 장비를 설치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서 이 장소를 더 깨끗하고 질서있게 유지하려는 노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향후 IoT는 사물(thing)뿐 아니라 사람을 포함한 생물체들로 범위를 확대해서 봐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쓰레기통, 주차장 같은 데만 센서를 부착하는 게 아니라 물이 부족한 나무를 감지해서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센서를 생각해볼 수 있고, 위기에 처한 동식물도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필요한 사람들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생각과 감정과 사고에 대한 센서도 필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빌기지는 과거 석유비축기지가 있던 자리라고 하는데, 방치됐던 공터에서 일종의 커뮤니티 혁신센터 같은 게 운영되고 있더라. 임시 가건물 속에서 음악, 요리, 예술 등 다양한 활동이 흥미진진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진정한 혁신은 취약층 고통 해결하는 ‘공감에 기반한 혁신’이어야”

- 혁신 전문가로서 느낀 게 많을 것 같다.
“비빌기지를 둘러보고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해봤다. 활동가들이 참여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지만 일단 아이들과 지역 주민들도 참여시키면 더 좋을 것 같다. 서울에도 많은 학교가 있을 것이다. 300개의 학교가 있다면 1년에 하루씩 학생들이 이곳에 와서 마음껏 활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제안도 하고 운영도 하고 관리도 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주면 한마디로 창의실험실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을 50여 개 권역으로 나눌 수 있다면 한 권역이 일주일간 책임지고 이용할 수 있게 하고 가장 창의적이고 가장 많은 호응을 받은 권역에 시장이 연말에 시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서울의 실험을 인도에도 접목할 수 있는 게 있나.
“좀 전에 제안했던 것들은 모두 인도에서도 시험해보고 싶은 것이다. IoT나 비빌기지 같은 것은 인도에도 도입해 서울과 협업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내가 하는 일은 대부분 아이들과 같이 하는 것이다. 서울과 인도의 학생들이 혁신적 아이디어에 대해 공유, 교류하고 서로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혁신펀드도 추진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노년층, 장애인, 어린이를 위한 시민제안 구상이 있고 펀딩이 필요하다면 기금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인도의 투자자가 서울에 기금을 투자할 수도, 반대로 서울의 투자자가 인도의 기금에 투자할 수도 있을 것이다.”

- 당신이 생각하는 ‘혁신’이란 무엇인가.
“혁신은 어떤 구조나 시스템, 기술, 공정, 프로세스, 재료 등의 성능이 상당히 개선돼 사람들의 삶의 질을 현저하게 개선하는 것이다. 나는 혁신 자체도 중요하지만 혁신 중에서도 공감을 바탕으로 한 혁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취약층이 고통을 느끼는 경우, 이들에게 절실한 사회적 필요들을 감지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을 ‘공감에 기반한 혁신’이라고 한다. 특히 유용한 사회적 혁신은 접근가능성(accessible), 저렴성(affordable), 가용성(available), 적용가능성(adaptable) 등의 ’4A’를 충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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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농민들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 19만개 발굴”

- 당신이 설립한 ‘허니비네트워크’는 전세계적인 농민지원 플랫폼인데, 아직 한국에는 생소한 이름인 듯하다. 간단히 설명해달라.
“27-28년 전부터 구상해서 만들었다. 꿀벌은 교차수분을 통해 꿀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태계에 유익함을 주면서도 자기들이 만든 꿀을 독차지하지 않는 특징들이 있다는 것에서 착안했다. 가난한 농민들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를 공유함으로써 그들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을 준다. 우리가 운영하는 웹사이트(techpedia.com)에는 19만 개의 아이디어(프로젝트)가 올라와 있다. 이를 인도 전역의 300여 개 연구소에서 공유하고 있다. 

전세계 70여 개국에 네트워크가 확산돼 있다. 인도 외에 중국에 가장 강력한 네트워크가 있고 케냐, 에티오피아, 페루, 멕시코 등 다양한 지역에서 자율적으로 운동을 하는 자원봉사자들의 네트워크다. 일반인의 창의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뭉쳐 있다. 오마이뉴스 독자들도 허니비 네트워크에 참여를 해서 한국의 유용한 혁신 사례들을 전세계와 공유했으면 좋겠다.”  

- 처음에 허니비네트워크를 구상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지난 1985년도 나는 방글라데시에서 현지 농업정책관들에게 가난한 농민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 자문해주고 이에 대한 대가를 달러로 받았다. 그런데 죄책감이 들더라. 내가 제공했던 자문들이 순전히 나의 탁월함에 기인해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들을 기반해서 할 수 있었던 건지 생각해 봤더니, 후자였다. 그럼 그들이 내 소득의 일부를 공여받았냐 하면 그렇지 않았다는 거다. 결국 내가 착취를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들을 착취하는 고리대금업자나 대지주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죄책감에서 허니비 네트워크를 생각하게 됐다.”

- 방글라데시에는 빈민들에게 담보 없이 소액대출을 제공하여 빈곤퇴치에 이바지한 그라민은행이란 게 있는데, 혹시 거기서 영감을 받았나.
“빈곤퇴치와 공익을 위한다는 목표는 비슷할 수 있지만 많이 다르다. 그라민은행은 이미 시장에 존재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인 반면 우리는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을 지원이나 조언의 대상으로 삼는 게 아니고 아이디어의 원천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빈곤층들이 물질적인 측면에서 부족한 것이지 아이디어는 결코 부족하지 않고, 오히려 풍부하다고 본다.”

“인터넷의 긍정적 활용 위해선 아이디어 크라우드 소싱 이뤄져야”

- 허니비 네트워크가 인터넷이 활성화되지 않은 인도 농민들에게 유용할 수 있겠지만 인터넷이 상당히 발전한 한국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세상에 인터넷이나 SNS가 발달하고 있지만 과연 그곳에서 혁신이 논의되고 있나. 굉장히 적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소한 잡담, 일상사를 공유하는데 사용되고 있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위한 장으로 사용되고 있지는 않다고 본다. 

인터넷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되려면 아이디어에 대한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이 이뤄져야 한다. 더불어 학생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본다. 나는 학생들로 하여금 동네에 괴짜다 싶은 사람들을 예리한 눈으로 찾아보도록 격려하고 있다. 잘만 보면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들은 작은 가게 주인일 수도 있고, 기술자일 수도 있고, 노인일 수도 있고, 학생일 수도 있고, 동네 아줌마일 수도 있다. 자세히 보면 굉장히 아이디어가 많은 혁신적인 사람들을 찾을 수 있다.” 

- 최근에 혁신과 관련한 책을 냈다고 들었다.
“<Grassroots Innovations>(풀뿌리 혁신)이란 책을 7월달 펴냈다. 내가 인도의 많은 지역들을 혼자 걸으면서 찾아낸 혁신사례를 소개한 것이다. 이 책에서 담고 있는 여러 가지 혁신사례들이 한국에서도 공유되길 바라고,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허니비네트워크에 합류하거나 네트워크를 설립하기 바란다. 기업들도 이제 시민사회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검소한 혁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예전만큼 경제성장이 빠르지 않기 때문에 돈이 많이 드는 혁신은 더이상 먹히지 않는 시대가 왔다. 검소한 혁신을 하려면 혁신을 열망하는 사람들에게 배워야 한다. 허니비네트워크는 그런 사람들을 찾아내 돕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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